분류 전체보기 440

박노해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너무나 애정하는 시집 중에 한 권.좋은 시가 너무나 많이 실려 있지만, 그 중에 몇 편만... 한계선 옳은 일을 하다가 한계에 부딪혀더는 나아갈 수 없다 돌아서고 싶을 때고개 들어 살아갈 날들을 생각하라 여기서 돌아서면앞으로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너는 도망치게 되리라 여기까지가 내 한계라고스스로 그어버린 그 한계선이평생 너의 한계가 되고 말리라 옳은 일을 하다가 한계에 부딪혀그만 금을 긋고 돌아서고 싶을 때묵묵히 황무지를 갈아가는 일소처럼 꾸역꾸역 너의 지경을 넓혀가라. 스스로 설정해 놓은 무언가에 갇힐 때가 있었다. 하물며 왜 답답한지도 모르고 있었던 그런 때. 그때 만났던 글귀가 바로 이 이라는 시였다. 그제서야 내가 무엇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었는지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남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

북리뷰/문학반 2020.10.15

정현종 <비스듬히>

방문객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그는그의 과거와현재와그리고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부서지기 쉬운그래서 부서지고도 했을마음이 오늘 것이다 _ 그 갈피를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에 실려있는 '방문객'이라는 시를 처음 봤을 때, 어쩜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까 싶었다. 누군가를 마음에 담기 시작할 때, 적어도 이런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다면 더 잔잔한 만남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쉽게 판단하지 않지 않을까. 아쉬운 시간들이 슬쩍 뇌리 속을 스쳐갔다. 그 여파였는지, 라는 시선집이 나왔다는 소식이 반가웠다. 이번에는 무엇이 나를 설레게 할까. 여전히 시인의 시집에는 자필 흔적과 사진..

북리뷰/문학반 2020.10.15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2016)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수현(김윤석)은 의료봉사활동에서 한 아이를 살리는데, 그 아이를 데리고 온 할아버지는 간절히 바라는 소원이 있냐고 묻는다. 수현은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말을 흐리고...할아버지는 10개의 알약이 든 병을 수현에게 건낸다. 삶은 당신이 잠들지 못한 때 벌어지는 일입니다. 알약을 먹은 수현은 30년 전의 시간속으로 되돌아가서 과거의 자신(변요한)을 만나게 되고, 사랑했던 연인 연아(채서진)를 만나러 왔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미래의 시간까지 살리기 위해, 과거의 수현과 현재의 수현은 둘만의 약속을 하게 되는데... "괜찮아질거야" "연아도 태호도 잃었는데 뭐가 괜찮아요?" "꼭 해피엔딩이어야 하니? 중요한 건 이야기 그 자체인데. 남은 인생 열심히 살아야지." "보고 싶은 사..

무비리뷰 2020.10.15

가을에는

가을에는 ---- 최영미 내가 그를 사랑한 것도 아닌데미칠 듯 그리워질 때가 있다바람의 손으로 가지런히 풀어놓은,뭉게구름도 아니다양떼구름도 새털구름도 아니다아무 모양도 만들지 못하고 이리저리찢어지는 구름을 보노라면내가 그를 그리워한 것도 아닌데그가 내 속에 들어온다뭉게뭉게 피어나 양떼처럼 모여새털처럼 가지런히 접히진 않더라도우리창에 우연히 편집된 가을 하늘처럼한 남자의 전부가 가슴에 뭉클 박힐 때가 있다 무작정 눈물이 날 때가 있다가을에는,오늘처럼 곱고 투명한 가을에는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표정으로 문턱을 넘어와엉금엉금, 그가 내 곁에 앉는다그럴 때면 그만 허락하고 싶다사랑이 아니라도, 그 곁에 키를 낮춰 눕고 싶다. 해마다 가을 언저리에 있을 때면 이 시가 생각이 난다.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도 ..

끄적끄적 2020.10.15

김유진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

가끔 이런 종류의 책이 필요한 이유는 '어디 한번 해볼까?'하는 생각을 갖게 해준다는 데 있다. 사실 몰라서 안 하는 경우보다는 알지만 하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물론, 알아도 어떻게 실천해야 할지 몰라서 못하는 경우도 있긴 하다. 행동으로 옮긴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러나 일단 해보고, 그게 익숙해지면서 좋은 점을 알게 된다면 누가 뭐라 한들 알아서 하게 될 것이다. 한참 도시건축가 김진애씨에게 빠져있을 때, 그의 글에서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한다는 글귀를 봤다. 올빼미형인 나는 새벽형으로 바꿔보겠다고 일찍 일어났는데, 내가 일어나자 작은 아이가 잠을 깨서 거실로 나오는 바람에 나만의 새벽이 아니라 피곤한 하루를 시작해야 했다. 그렇게 몇 번을 하고 나니 이건 아니다 싶더..

버킷리스트(2008)

버킷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 백만장자이지만 성격이 괴팍하여 주위에 아무도 없는 사업가인 '잭(잭 니콜슨)'과 가난하지만 가족을 위해서 헌신적인 삶을 살아온 정비사인 '카터(모건 프리먼)'는 삶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태에서 병실 옆자리에서 마주한다. 너무 다른 인생을 살아온 두 명은 처음에는 옥신각신하게 되지만. 잭의 제안으로 카터는 함께 새로운 모험을 떠나 보기로 하는데... 가끔 그런 생각을 해본다. 내게 주어진 시간이 몇 달, 아니 며칠이라면, 난 무엇이 하고 싶을까? 그런데 막상 생각이 가다가 멈춘다. 절실하게 다가오지 않는 이유이겠지. 물론 살면서, 이건 좀 하고 싶다라는 버킷리스트들은 존재하지만, 그것 역시 그닥 소중하게 여겨지지는 않는다. 언제든 할 수 있을 거라는 말도 안되는..

무비리뷰 2020.10.12

그랜 토리노(2008)

그랜 토리노( GRAN TORINO) 영화 장르에 범죄라는 단어가 보이면 누가 나오든지 잘 안 보게 된다. 아마 이 영화도 그래서 패스하지 않았나 싶은. 몰랐다면, 보지 못했다면 많이 아쉬웠을 영화이다. 엔딩곡을 들려준 누군가에게 감사한다. 한국전 참전의 상처를 안고 사는 월트 코왈스키(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베트남 동쪽 출신 이웃집 소녀 '수와 그의 동생 '타오'를 통해 닫힌 마음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하는데... 몽족 갱단들은 타오에게 자신들과 함께 하기를 강요한다. 그 입회의 시작을 월트가 소유하고 있는 차, 그랜 토리노를 훔치게 하고, 그 실패 뒤로 계속 타오를 괴롭힌다. 이에 월트는 갱단 한 명에게 손맛을 보여주나, 그 보복으로 '수'가 크게 다치게 되고, 월트는 갱단이 더 이상 이웃집 '친구들'을..

무비리뷰 2020.10.11

그럴 때가 있었다

8~9년 정도 전이었나. 남자 1호의 일 때문에 잠시 어느 지방에 머물렀는데, 그때 처음으로 5일장이라는 곳에 가봤다.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그런 5일장을 말이다. 막 봄이 다가서는 계절이라, 널린 게 봄나물이고, 꽃이었다. 시끌벅적한 트로트하며, 할머니들의 연이은 나물들하며...와~~~ 이런 걸 직접 보는구나 내가...감탄 아닌 감탄을 하며 시장 초입에 들어서는데... 정말 연세가 많으신 할머니께서 쑥, 냉이, 달래 뭐 그런 것들을 바구니마다 담아 놓고 팔고 계셨다. 옆에는 검은 비닐봉지가 있었는데, 거기서 나물들을 꺼내신 건지 삐죽삐죽 튀어나와 있는 것들이 보였고...'내가 저거 모두 사면, 할머니 들어가실 수 있나?'어차피 먹을 건데...이때밖에 봄나물 향이 나지 않는데...냉동 시킬까. 뭐 이런 생..

끄적끄적 2020.10.10

지피지기면 백전불태

최근에 손자병법을 다시 봤다.안보였던 것들을, 어쩌면 피상적인 글자로만 인식되던 것들을 이번에는 마음이 받았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잘못 알려진.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심지어 에서는 백 번 이기는 것이 훌륭한 전략이 아니라고 했다. 싸운다는 것은 적은 물론 자신도 잃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손자는 온전한 승리(전승)는 싸우지 않고 적의 것을 그대로 얻는 것이라 했다. 백 번 싸워서 백 번 이길수도 없겠지만, 백 번 이긴다고 치자. 과연 원래 가지고 있던 인간성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가까운 관계에서도 마찬가지겠지. 내가 백 번을 이긴들...그 사이에 그 동안 가지고 있던 인간적인 애정이라는 거 자체가 잔존할 수 있을까. 아마 어감이..

끄적끄적 2020.10.09

김승호 <돈의 속성>

책을 펼치면 첫장에 이런 글귀가 써있다. 성공으로 가는 위대한 비밀의 규칙은 없다. 성실하고 약속을 잘 지키고 허세를 부리지 않고 친절을 베푸는 것과 같은 작은 비밀이 있을 뿐이다. 책에서 가장 와닿는 표현이었다. 이 책은 돈의 다섯 가지 속성과 부자로 살고 싶은 사람에게 필요한 네 가지 능력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p. 7 돈의 다섯 가지 속성으로, '돈은 인격체다, 규칙적인 수입의 힘, 돈의 각기 다른 성품, 돈의 중력성, 남의 돈에 대한 태도'를 말한다. 부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네 가지 능력으로는 '돈을 버는 능력, 모으는 능력, 유지하는 능력, 쓰는 능력'을 다룬다. 그리고 이것을 각기 다른 능력으로 이해하고 각각 다르게 배워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돈은 인격체라는데 공감이 된다. 잠시 여담을..

북리뷰/경제반 2020.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