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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자 [빈 배처럼 텅 비어]

최승자 2016 최승자 2016 p. 9 빈 배처럼 텅 비어 내 손가락들 사이로 내 의식의 층층들 사이로 세계는 빠져나갔다 그러고도 어언 수천 년 빈 배처럼 텅 비어 나 돌아갑니다 p. 18 슬픔을 치렁치렁 달고 슬픔을 치렁치렁 달고 내가 운들 무엇이며 내가 안 운들 무엇이냐 해 가고 달 가고 뜨락 앞마당엔 늙으신 처녀처럼 웃고 있는 코스모스를 p. 26 당분간 당분간 강물은 여전히 깊이깊이 흐를 것이다 당분간 푸른 들판은 여전히 바람에 나부끼고 있을 것이다 당분간 사람들은 각자 각자 살 살아 있을 것이다 당분간 해도 달도 날마다 뜨고 질 것이다 하늘은 하늘은 이라고 묻는 내 생애도 당분간 편안하게 흔들리고 있을 것이다 p. 31 모든 사람들이 모든 사람들이 그라너저러나의 인생을 살고 있다 그래도 언제나..

북리뷰/문학반 2022.01.04

정다연 [서로에게 기대서 끝까지]

정다연 2021 정다연 2021 p. 38~39 무기력 요즘 나는 바싹 마른 잎 같다 가까이 다가가지 않으면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하루 세번 약을 먹고 개와 산책한다 혼자에 가까워지고, 주기적으로 볕을 쬐는 일은 나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 그렇게 믿으며 공원에 도착한다 체조는 허파와 근육을 튼튼하게 만들어준다 믿는다 아무런 의심 없이 땅에 박혀 있는 벤치와 그 앞에 세워진, 적을 몰살한 전쟁 영웅의 동상을 믿는다 그것이 가져다준 평화를 한번도 깨진 적 없는 눈동자 무너질 듯, 넘어질 듯 자전거 핸들을 꺾는 아이의 등 뒤로 더는 날아가지 않은 비둘기 빛으로부터 동공이 시야를 열고 닫듯 울타리는 잔디를 계속해서 보호할 것이다 가두는 분수대를 뛰어내리는 물방울 물방울들 너무 가까이 가진 않는다 p. 53~5..

북리뷰/문학반 2022.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