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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후 [울려고 일어난 겁니다], 김현문학패 수상 이후 첫작품

김경후 2021 김경후 2021 시인 김경후는 1998년 「현대문학」을 통해 시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시집으로는 , , , 가 있다. 2015년 현대문학상, 2019년 김현문학패를 수상했다. p. 12 손 없는 날 귀신도 쉬는 날, 짐 부리는 사내, 빈 그릇 위에 빈 그릇, 의자 위에 의자, 쌓고 쌓는다, 귀신이 쉬는 날, 사내의 짐값은 높지만, 꼭대기 올라가는 사다리차만큼, 덜컹, 덜컹, 내려앉은 사내의 등, 사내는 손 없는 날의 손, 집을 옮기며 짐을 부린다, 동서남북을 옮긴다, 기억을 옮긴다, 귀신도 부리지 못할 짐, 벽 같은 짐들 앞, 짐의 주인이 말한다, 나뭇잎 그려진 상자 못 뵜어요? 기억 안 나요? 안 나요, 기억하는 자만 잃을 수 있다, 오늘 사내는 손이 없다, 힘이 없다, 불탄 낙엽 더미..

북리뷰/문학반 2022.01.08

김용택 [나비가 숨은 어린나무]

김용택 2021 김용택 2021 p. 28 아름다운 산책 하늘이 깨끗하였다 바람이 깨끗하였다 소리가 깨끗하였다 달아나고 싶은 슬픈 이슬들이 내 몸에서 돋아났다 p. 29 너무 멀리 가면 돌아올 수 없다 이슬 내린 풀밭을 걷다 뒤돌아보았다 이슬길이 나 있다 내 발등이 어제보다 무거워졌다 내가 디딘 발자국을 가만가만 되찾아 디뎌야 집에 닿을 수 있다 p. 32 나비가 숨은 어린나무 잘 왔다 어제와 이어진 이 길 위에 검은 바위, 어린나무만이 나비를 숨겨준다 해야 바람아 흰 구름 떼야 내 자리를 찾아온 여러 날이 오늘이다 알 수는 없지만 어느, 고요에서 태어난 바람이 온다면 가벼이 날아오를 수 있다 기다려라 마음이 간 곳으로 손이 간다 검은 바위, 어린나무만이 이 나비를 숨겨둔다 p. 45 지금이 그때다 모든..

북리뷰/문학반 2022.01.08

김중식 [울지도 못했다]

김중식 2018 김중식 2018 김중식 시인은 1967년생, 서울대학교 국어국문과를 졸업하고 1990년 을 통해 등단했다. 1993년 첫 시집 를 출간하게 되는데, 이때부터 "따뜻한 비관주의자"라고 강상희 문학평론가의 평을 들었다. 문단의 평도 좋았고, 나름 대중적인 지지도 받았지만, 그 이후로 오랜 시간 동안 김중식 시인은 시를 써내지 않았다. 1995년 일간지 기자로 취직해 일을 하면서, 잠시 짬을 내어 시를 쓰는 일은 시에 대한 모욕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생업이 있으면서 시를 쓰던 사람을 얕잡아 봤다는 고백과 함께 말이다. 이런 자신의 심정을 담아, 두 번째 시집인 의 앞부분에 "나는 근본주의자였다/두 손으로 번갈아 따귀를 맞았다"라는 표현으로 그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 김중식 시인은 경향신문 기..

북리뷰/문학반 2022.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