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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아름다움] 조용미 시집

조용미 2020 조용미 2020 p. 12~13 당신의 아름다움 당신은 늘 빛을 등지고 있다 내가 만든 구도이다 당신의 아름다움은 객관적이어야 한다 당신은 당신 자신을 넘어서야 한다 더불어 당신의 아름다움은 윤리적이어야 한다 당신은 최종적으로 아름다워야 한다 당신의 아름다움은 빈틈없어야 한다 당신의 아름다움은 고독한 사건이 되어야 한다 당신의 아름다움은 나로부터 발생한다 당신의 아름다움은 내게 늘 가장 큰 시련이다 당신 뒤에는 빛이 있다 당신은 빛을 조금 가리고 있다 p. 16~17 내가 없는 거울 자다 깨어 거울 앞 지나다 얼핏 보니 내가 보이지 않는다 어둠 속에서 잠깐 잘못 본 건가 다시 거울 앞으로 가기가 겁이 난다 거울 속의 나는 통증을 알지 못하여 이 시간까지 책상에 앉아 있다가 잠시 방심하고 ..

북리뷰/문학반 2022.02.05

[립싱크 하이웨이] 박지일 시집

박지일 2021 박지일 2021 p. 28 못질하기 좋은 해안가 숲 없고 민박 없고 도로도 없다. 나는 그저 못질하기 위해 태어난 망치다. 어디 절실함이라도 만들어내기 위해 이 순간 태어난 나는 망치다. 나는 처음으로부터 멀어진다. 사방에 깔린 것이 모래니 내려칠수록 손에 힘이 들어간다. 그런 나를 기록하는 네가 있어 오늘 해안가로 충분하다. 밀려오는 파도 있으니 밀려가는 파도 있을 것이고 나는 당연한 것만 말하고 싶고 당연한 것이라도 말하고 싶다 제발. 이 순간 나는 너밖에 몰라. 너를 사랑한다. 상투적인가? 질문의 답은 눈 내린다. 네 몫이다. 나는 허공에서 시작하여 바닥에서 끝장나고 싶다. 이것은 눈에 관한 이야기 아니고 지금 이 순간 성실하게 망치 내려치는 나에 관한 이야기도 아니고 너의 기록에 ..

북리뷰/문학반 2022.02.04

[개와 술] 쑬딴,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마셔본 술과 인생 이야기

쑬딴 2022 쑬딴 2022 들어가며 중에서(p. 8) 내가 전 세계를 다니며 마신 술과 그 술에 얽힌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술을 마시면 작은 용기가 생기는 것처럼 이 책을 통해 다른 사람들도 작은 위로와 용기를 얻어갔으면 좋겠다. 인생은 생각보다 유쾌하고, 아직 살만하다고 느꼈으면 좋겠다 많은 작가들이 서문에 '사랑하는 가족'이야기를 왜 적는지 궁금했었는데, 두 번째 책을 내려고 보니 아내에게 사랑한다고 표현하는 것이 신상에 이롭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은 작가가 회사에 다닐 때 출장으로 갔던 곳과 살았던 곳, 그리고 여행으로 가게 된 곳들에서 마시게 된 술과 그에 얽힌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작가의 '들어가며'에서 표현하는 것처럼, 작은 이야기들 속에 유쾌함이 살아있다. 작가는 위로와 용기..

북리뷰/문학반 2022.02.03

[다 내 편이 되는 말하기] 황시투안, 설득, 공감, 지지를 원할 때 어떻게 말해야 할까. 심리학, 자기계발도서

·황시투안 2022 황시투안 2022 프롤로그 중에서 (p. 9) 철학계에서 'Word(말)'와 'Sword(칼)'는 흔히 같이 다뤄진다. 여기엔 두 가지 함의가 있다. 첫째, 말에는 칼처럼 역사를 바꾸는 힘이 있다. 둘째, 말은 칼처럼 사람을 구할 수도 있고 해칠 수도 있다. 이 책에서는 중국의 베테랑 심리학 멘토인 황시투안이, 말하는 방식에 변화를 줄 수 있는 36가지 기술을 설명해 주고 있다. 자신의 내면에 있는 부정적인 말과 생각을 들여다보게 하는 방법, 갈등이나 다툼 없이 상대를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말이다. 책을 읽다 보면, 36가지의 방법 중에는 이미 알고 있는 게 있을 수도 있고, 이런 방법도 있구나 싶은 것들도 있다. 하지만 이미 알고 있는 것조차 실천하지 않는 게 더 많다는 ..

[빛의 자격을 얻어] 이혜미 시집

이혜미 2021 이혜미 2021 p. 17 빛멍 돌이켜보아도 무례한 빛이었다. 최선을 다해 빛에 얻어맞고 비틀거리며 돌아오는 길이었다. 응고되지 않는 말들, 왜 찬란한 자리마다 구석들이 생겨나는가. 너무 깊은 고백은 테두리가 불안한 웅덩이를 남기고. 넘치는 빛들이 누르고 가는 진한 발자국들을 따라. 황홀하게 굴절하는 눈길의 영토에 따라. 지나치게 아름다운 일들을 공들여 겪으니 홀로 돋은 흑점의 시간이 길구나. 환한 것에도 상처 입는다. 빛날수록 깊숙이 찔릴 수 있다. 작은 반짝임에도 멍들어 무수한 윤곽과 반점을 얻을 때, 무심코 들이닥친 휘황한 자리였다. 눈을 감아도 푸르게 떠오르는 잔영속이었다. 휘황한 - 휘황하다: 광채가 나서 눈부시게 반짝이다. 행동이 온당하지 못하고 못된 꾀가 많아서 야단스럽기만 ..

북리뷰/문학반 2022.02.01

[가난한 사랑노래] 신경림 시집

신경림 2013 신경림 2013 p. 9~10 너희 사랑 - 누이를 위하여 낡은 교회 담벼락에 쓰여진 자잘한 낙서에서 너희 사랑은 싹텄다 흙바람 맵찬 골목과 불기 없는 자취방을 오가며 너희 사랑은 자랐다 가난이 싫다고 이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고 반 병의 소주와 한 마리 노가리를 놓고 망설이고 헤어지기 여러 번이었지만 뉘우치고 다짐하기 또 여러 밤이었지만 망설임과 헤매임 속에서 너희 사랑은 굳어졌다 새삶 찾아나서는 다짐 속에서 너희 사랑은 깊어졌다 돌팔매와 최루탄에 찬 마룻바닥과 푸른옷에 비틀대기도 했으나 소주집과 생맥주집을 오가며 다시 너희 사랑은 다져졌다 그리하여 이제 너희 사랑은 낡은 교회 담벼락에 쓰여진 낙서처럼 눈에 익은 너희 사랑은 단비가 되어 산동네를 적시는구나 훈풍이 되어 산동네를 누비는구나..

북리뷰/문학반 2022.01.30

[좋은 날에 우는 사람] 조재도 시집

조재도 2007 조재도 2007 p. 12~13 좋은 날에 우는 사람 슬픔의 안쪽을 걸어온 사람은 좋은 날에도 운다 환갑이나 진갑 아들 딸 장가들고 시집가는 날 동네 사람 불러 차일치고 니나노 잔치 상을 벌일 때 뒤꼍 감나무 밑에서 장광 옆에서 씀벅씀벅 젖은 눈 깜작거리며 운다 오줌방울처럼 찔끔찔끔 운다 이 좋은 날 울긴 왜 울어 어여 눈물 닦고 나가 노래 한 마디 혀, 해도 못난 얼굴 싸구려 화장 지우며 운다, 울음도 변변찮은 울음 채송화처럼 납작한 울음 반은 웃고 반은 우는 듯한 울음 한평생 모질음에 부대끼며 살아온 삭히고 또 삭혀도 가슴 응어리로 남은 세월 누님이 그랬고 외숙모가 그랬고 이 땅의 많은 어머니들이 그러했을, 그러면서 오늘 훌쩍거리며 소주에 국밥 한 상 잘 차려내고 즐겁고 기꺼운 하루를..

북리뷰/문학반 2022.01.29

[때때로 캥거루] 임지은 시집

임지은 2021 임지은 2021 시인 임지은은 대전에서 태어나, 2015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무구함과 소보로」가 있다. P. 9~10 웃음의 진화 코미디 프로를 봅니다. 우리가 같은 프로를 보는 게 맞나? 할 정도로 너와 나의 웃음 포인트가 다릅니다. 웃음은 만국 공통이라던데, 웃는 얼굴에는 침도 뱉을 수 없다던데 웃을 수 없는 나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문제를 풀기로 합니다 어떤 상황에서 웃어야 할까요? ① 아끼던 반지를 저금통에 빠뜨렸습니다 ② 저금통 배를 갈랐는데 반지가 없습니다 ③ 사실 아꼈던 건 저금통이었던 것입니다 나는 배꼽이 빠지도록 웃고, 너는 웃지 않습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너와 나는 다릅니다 다르니까 사랑하는 거지, 같아지려고..

북리뷰/문학반 2022.01.28

[내 무덤, 푸르고] 최승자 시집

최승자 1993 최승자 1993 p. 11 미망(未忘) 혹은 비망(備忘) 3 생명의 욕된 가지 끝에서 울고 있는 죽음의 새, 죽음의 헛된 가지 끝에서 울고 있는 삶의 새. 한 마리 새의 향방에 관하여 아무도 의심하지 않으리라. 하늘은 늘 푸르를 것이다. 보이지 않게 비약의 길들과 추락의 길들을 예비한 채. 마침내의 착륙이 아니라. 마침내의 추락을 예감하며 날아오르는 새의 비상ㅡ 파문과 ㅍ문 사이에서 춤추는 작은 새의 상한 깃털. 미망(未忘): 아닐 '미', 잊을 '망' - 잊을 수가 없음 비망(備忘): 갖출 '비', 잊을 '망' - 잊지 않게 하려는 준비 p. 16 未忘 혹은 備忘 8 내 무덤, 푸르고 푸르러져 푸르름 속에 함몰되어 아득히 그 흔적조차 없어졌을 때. 그때 비로소 개울들 늘 이쁜 물소리로 ..

북리뷰/문학반 2022.01.27

[선택과 결정은 타이밍이다] 최훈, 1%의 미련도 남지 않게 최선의 선택과 결정을 하는 법

최훈 2022 최훈 2022 일본에 두견새 일화로 유명한 세 인물이 있다.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어떻게든 새를 울게 만든다는 히데요시, 새가 울 때까지 기다린다는 이에야스, 새가 울지 않으면 죽여버린다는 노부나가. 이 이야기는 물론 사실은 아니다. 에도시대 마쓰라 기요시의 수필 를 바탕으로 그들의 성향을 보여주는, 만들어진 이야기일 뿐이다. 하지만 분명 그들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표현이기도 하다. 이 중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인물은 당연 오다 노부나가이다. 결단력과 카리스마의 지존이라 할 수 있는 인물. 이런 인물을 좋아하는 만큼 내 성향도 그닥 다르지 않다. 사실, 나는 생각하면서 행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선택 불가 증후군, 메이비족, 햄릿 증후군과는 거리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