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자 1989 최승자 1989 p. 14 이제 전수할 이제 전수할 슬픔도 없습니다. 이제 전수할 기쁨도 없습니다. 떠납니다. 막막 하늘입니다. 떠나지 못합니다. 배고픔뿐인 그대와 배고픔조차 없는 내가 피하듯 서로 만나 배고픈 또 한세상을 이룩하는 것을 고장난 신호등처럼 바라봅니다. (꿈이여 꿈이여 늙으신 아버님의 밑씻개여) p. 15 길이 없어 길이 없어 그냥 박꽃처럼 웃고 있을 뿐. 답신을 기다리지는 않아요. 오지 않을 답신 위에 흰 눈이 내려 덮이는 것을 응시하고 있는 나를 응시할 뿐. 모든 일이 참을 만해요. 세포가 늙어 가나봐요. 가난하지만 이 房은 다정하군요. 흐르는 이 물길의 정다움. 물의 장례식이 떠나가고 있어요. 잊으시지요. 꿈꾸기 가장 편리한 나는 무덤 속의 나니까요. 방(房): 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