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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한마디. 무화과 나무.

아파트 곳곳에 무화과나무가 있다. 아마 무화과가 열린 상태를 보지 못했다면, 그게 무화과나무인지도 모르고 지나쳤을 텐데. 일단 눈에 한그루가 들어오고 나서, 아파트 안을 한 번씩 배회(?)할 때마다 한 그루씩 더 발견이 된다. 마치 그 자리에 이제야 심어진 듯. 새롭게 말이다. 그런데 무화과나무를 볼 때마다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1990년대 초반쯤, 나름 유행했던 김지애의 '몰래한 사랑'이다. 노래 가사 중에 둘이서 무화과 그늘 아래서~뭐 이런 부분이 있다. 무화과를 좋아하면서도, 한 번도 무화과나무를 직접 본 적이 없던 나는 참 궁금해했던 거 같다. 어떤 그늘일까. 울창한가. 여고생의 호기심은 뭐 거기까지. 작사가는 무화과 나무를 본 적이 있는 것일까? 절대 저 나무 아래에 숨을 수 없다. 너무 잘 ..

끄적끄적 2021.06.27

박경리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박경리 유고시집 이 시집은 원래 박경리 작가 생전에, 시집 출간을 위해서 60편을 준비하다가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다 채워지지 못했다. 미발표된 시 36편과 현대문학에 기고했던 3편이 같이 수록되어 총 39편의 시들로 이루어져 있다. 작가의 49재에 맞춰 출간된 이 시집은, 더 이상 박경리 작가의 글을 접할 수 없게 된데에 대한 아쉬움과 애석함을 더 진하게 만든다. p. 13 산다는 것 中 속박과 가난의 세월 그렇게도 많은 눈물 흘렸건만 청춘은 너무나 짧고 아름다웠다 잔잔해진 눈으로 뒤돌아보는 청춘은 너무나 짧고 아름다웠다 젊은 날에는 왜 그것이 보이지 않았을까 p. 15~16 옛날의 그 집 빗자루병에 걸린 대추나무 수십 그루가 어느 날 일시에 죽어 자빠진 그 집 십오 년을 살았다 빈 창고 같이 횡덩그레..

북리뷰/문학반 2021.06.27

(영화) 노매드랜드, Nomadland (2020)

노매드랜드, Nomadland (2020)드라마 / 미국 / 108분 개봉: 2021. 04. 15 감독: 클로이 자오 주연: 프란시스 맥도맨드(펀 역), 데이비드 스트라탄(데이브 역) 베네치아 영화제 홤금사자상 수상 제93회 아카데미에서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프란시스 맥도맨드) 수상 'nomad, 노매드'는 유목민처럼 자유롭게 이동하며 사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이 영화는 2017년, 저널리스트인 제시카 브루더가 쓴 논픽션 를 원작으로 하여 만들어졌다. 제시카 부르더는 사탕무 수확, 아마존 창고의 피크 시즌(9~12월), 국립공원 캠핑장 관리자 등 일자리를 찾아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3년간 취재하면서 이 글을 썼다. 실제로 영화에서도 프란시스 맥도맨드나 데이비드 스트라탄 등 일부 배우들..

무비리뷰 2021.06.25

넓적 사슴벌레 암컷의 짝꿍. 아직은 만날 수 없다.

넓사 암컷의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들어주고, 짝꿍을 데리고 왔다. 그런데 수컷이 성충으로 부화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지금 암컷이랑 같이 놔두면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고 한다. 아직 등부분이 완전히 딱딱해지지 않아서, 암컷 턱에 물리면 찍힌다는 것. -.- 그리고 성숙하지 않은 수컷은 페어링도 하기 전에 암컷을 공격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일단은 따로 사육을 시작했다. 이 암컷은 몇 주를 두고 보니, 여러 가지 성향이 보인다. 이것이 이 개체가 그런것인지, 이 종류가 그런 것인지 모르겠으나 ① 낮은 곳을 그다지 안 좋아한다. 젤리도 먹이구 높이가 높은 곳만 올라가서 먹고, 낮은 곳에 있는 먹이구는 그냥 지나치기만 한다. 처음에는 젤리가 맛이 달라서 그런가 하고 젤리를 바꿔놓아도, 역시나 높은 곳에 있..

끄적끄적 2021.06.18

생각지도 못한 동거(2) 그리고...

왕사슴벌레 한쌍이 집에 온 이후, 마치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를 들여다보듯, 난 그렇게 사육통을 쳐다보는 습관이 생겼다. 그런데, 내가 공부한 바에 따르면, 왕사(왕사슴벌레)는 부끄러움(?)이 많아 인간의 인기척만 느껴져도 숨어버리는 사슴벌레인데, 어느 날인가부터 암컷이 밤이건 낮이건 시도 때도 없이 코박젤리(젤리에 코를 박고 먹는다 하여, 사실 사슴벌레는 코는 없지만, 아랫입술 수염이 있어 냄새를 맡는 기능을 한다)를 하고 있는 것이다. 무슨 일이 생긴걸까? 이건 왕사슴벌레가 하는 행동이 아닌데. 관련 행동을 검색을 하자, 대부분의 답변이 사슴벌레가 짝짓기를 한 이후에 암컷이 에너지가 필요하여, 하는 행동이라는 답변이었다. 와우! 이런 경사가!! 사실 내가 바라던 바는, 왕사 한쌍을 키우는 자체도..

끄적끄적 2021.05.23

생각지도 못한 동거(1)

어느 날인가부터 9살 아들 녀석이 모든 종이에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를 그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레고나 로봇키트를 가지고도 사슴벌레를 만들고. 그리고 지나가면서 한 마디씩 한다. 우리 반에 XX는 엄마가 뭐라고 안 해서 사슴벌레도 키우고, 거미도 키운다던데...... 사실 난, 나보다 작고 나보다 다리가 많으면 모두 무섭다. -.- 특히, 나랑 눈싸움이 안 되는 것들은 더욱더. 눈이 어디 있는지 있기나 한 건지 모르겠는 것들은 더욱더 말이다. 그런데 사슴벌레라니... 그러던 내가 사슴벌레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저렇게 좋아하는데, 키워봐도 되지 않을까. 나의 성향으로 인하여 아이가 느껴볼 수 있는 것들을 제한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꾸 보다보니, 다른 건 모르겠지만 적어도 사슴벌레는 눈..

끄적끄적 2021.05.10

이건 아니지 않나?

안 쓰는 물건들을 정리하면서 중고장터에 물건을 팔기 시작했다. 그런데 홈 화면에 내가 판 물건이(내가 서비스로 넣어준 물건들의 일부 포함) 올라와 있는 것이다. 이게 뭐지? 순간 클릭했는데... 이 느낌을 뭐라 하지? 나한테 물건을 샀던 사람이고, 그 물건 안에서 자신이 필요한 부분만 뺀 후에 거의 비슷한 가격으로 다시 내놓은 것이었다. 싸게 줘서 고맙다고 한 이유가 이것인가? 차라리 애초에 그 안에 있는 것만 팔 수 있냐고 묻지. 그럼 그냥 줬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상냥했던 그 표정에 한 대 맞은 기분이다. 한마디 하려다가 지켜보고 있다. 나에게서 자기 네식구가 쓴다고 사 간 물건마저 올라오면, 그때는 정말 열폭할지도 모르겠다.

끄적끄적 2021.04.17

배고픔과 외로움은 같은 것이다.

허기가 지면 먹을 것으로 속을 달래고 채우듯이, 외로움은 일상생활에 필요 없는 물건들을 쌓이게 한다. 어쩌면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것을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어, 외로움이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요즘 집안을 온통 뒤집고 있는 중이다. 아이들이 커감에 따라 필요없는 물건들이 늘어나면서, 작은 아이를 핑계 삼아 쌓아 두었던 것들을 이제야, 봄맞이 청소를 하듯, 그렇게 끄집어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에게 쌓여있는 물건들이 얼마나 많은지, 경악할 정도다. 무엇이 내게 이런 이상한 짓(?)을 하게 했을까. 워낙 한번 빠지면 사람이든 물건이든 끝장을 봐야 되는 스타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너무 많잖아!!! 일주일을 통째로 날리고 있는데도 끝이 없다. 이것들이 비워지고 나면, 그 자리에 여백을 ..

끄적끄적 2021.04.15

편견을 버려야 할 때가 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8)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Call me by your name (2018) 드라마 / 이탈리아, 프랑스, 브라질, 미국 / 132분 개봉: 2018. 03. 22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 주연: 티모시 살라메(엘리오 역), 아미 해머(올리버 역) 아미 해머가 아니었다면, 티모시 살라메가 아니었다면, 퀴어영화라는 것을 알면서 재생 버튼을 누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흘러 혹여나 보게 되었다면 일찍 보지 않은 것에 대한 내 편견에 대해서 속상해했을 것이다. 퀴어 queer는 본래 '이상한', '색다른' 등을 나타내는 단어로 처음에는 동성애자를 비하, 경멸할 때 쓰는 단어였으나, 1980년대 동성애자 인권운동이 전개되면서 부정적 의미는 사라지고(?), 현재는 성소수자(동성애자, 양성애자, 성전환자)..

무비리뷰 2021.04.11

에밀 아자르 <자기 앞의 生>

에밀 아자르 , La Vie devant Soi "출판사에서도 원작자가 누구인지 몰라 광고를 통해 작자를 찾기까지 한 '75 공쿠르 상 수상자 에밀 아자르! 그는 누구인가? 정말 그가 썼는가? 왜 상을 거부했나? 전 세계에 파문을 던진 아자르의 충격!" 1976년에 출간된 문학사상사 판 에는 작가 소개 대신 이 문구가 자리하고 있다. 에밀 아자르가 로맹 가리라는 사실은, 1980년 로맹 가리가 권총을 입에 물고 방아쇠를 당겨 자살한 이후, 그가 남긴 유서를 통해 밝혀졌다. 로맹 가리는 1956년 로 공쿠르상을 수상했는데, 에밀 아자르라는 가명으로 발표한 으로 또 한 번 공쿠르 상을 받아, 공쿠르 상을 두 번 수상한 유일한 작가가 되었다. 그들은 말했다. "넌 네가 사랑하는 그 사람 때문에 미친 거야." ..

북리뷰/문학반 2021.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