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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무구함과 소보로] 임지은 시집

임지은 2019 시집에서 남기고 싶은 시 p. 50 느낌의 문제 느낌은 내 앞에 남자처럼 앉아 있다 할 말이 있다는 듯 오른손 위에 왼손을 올리고 느낌이 말하고 움직이는 걸 본다 느낌에게 잘 보이고 싶어 목이 마르다 느낌은 컵에 담긴 물보다 차갑다 느리다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맛이다 느낌은 하얀 탁자 위에 물을 엎질렀다 물이 탁자를 적시는 동안 느낌은 더욱 진해졌다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감정이 거리를 까맣게 물들였다 우리는 손을 잡고 어둠이 전부인 거리를 걸어갔을 뿐인데 이 시간에 아직 문 연 가게가 있어요,라며 들어왔을 뿐인데 물 한 잔이 우리 앞에 놓였고 우리를 적셨고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봤을 뿐인데 아마 이 느낌은 마르지 않을 것이다 p. 62~63 궁금 나무 궁금함은 나뭇가..

북리뷰/문학반 2022.03.05

[시] [찬란] 이병률 시집

이병률 2010 시집에서 남기고 싶은 시 p. 9~11 기억의 집 기억을 끌어다 놓았으니 산이 되겠지 바위산이 되겠지 여름과 가을 사이 그 산을 파내어 동굴을 만들고 기둥을 받쳐 깊숙한 움을 만들어 기억에게 중얼중억 말을 걸다 보면 걸다 보면 시월과 십일월 사이 누구나 여기 들어와 살면 누구나 귀신인 것처럼 아늑하겠지 철새들은 동굴 입구를 지키고 집이 하나로는 영 좁고 모자란 나는 해가 밝으면 동굴을 파고 파고 그러면 기억은 자꾸자꾸 몰려와 따뜻해지겠지 그 집은 실뭉치 같기고 하고 모자 같기도 하며 어쩌면 심장 속 같기도 하여서 겁먹은 채고 손을 푹 하고 찔러 넣으면 보드랍고 따스한 온기가 잡혀와 아찔해진 마음은 곧 남이 되겠다고 남이 되겠다고 돌처럼 굳기도 하겠지 그 집은 오래된 약속 같아 들여다보고 ..

북리뷰/문학반 2022.03.03

[가창 맛집] [당구대통철판삼겹살] 맛은 기본, 불 쇼는 덤!

가창 맛집, 당구대통철판삼겹살 이곳은 일단 가게안이 넓기도 하지만, 테이블마다 간격이 워낙 넓고, 가게 앞뒤로 큰 창문들로 환기가 이뤄지고 있어서, 이 시기에도 안심하고 방문하는 곳이다. 가게 이름처럼, 테이블이 당구대 다이처럼 생겼고, 그 만큼 크다. 고기 자체도 워낙 맛이 좋지만, 직접 앞에서 구워서 불쇼를 보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처음 방문했을 때, 불쇼에 정신없이 빠져서 머리카락을 태울 뻔한 웃지 못할 기억도 있다. 불쇼 동영상에서 소리지르는 아이들은, 이제 막 도착한 건너편 옆테이블의 아이들이다. 우리 아이들은 이제 이것도 익숙해졌는지, 불을 피해 뒤쪽으로 물러나 있다. 나만 좋아할 뿐이다. ^^ 마무리는 역시나 철판볶음밥. 동영상을 너무 늦게 찍기 시작해서 뭔가 어설퍼 보이지만, 맛은 끝..

끄적끄적 2022.03.02

[추천도서] [생각하라 그리고 부자가 되어라 Think and grow Rich] 나폴레온 힐 , 부와 성공의 원칙

추천도서 나폴레온 힐 부와 성공의 원칙 ★★★★★ 올해(2022년) 계획 중에 하나가 내 삶을 풍요롭게 할 책(동시에 아이가 스무 살이 되면 물려줄 책) 100권을 선정해서 반복해서 읽는 것이다. 사고와 행동을 바꿀 수 있는 책들로만 구성하려고 한다. 문학작품은 제외되어 있다. 나폴레온 힐 가 그 두 번째 책이다. p. 31, 32 기회는 이렇듯 가면을 쓰고 나타난다. 기회는 뒷문으로 슬그머니 들어오는 교활한 면이 있다. 때로는 불운의 가면을 뒤집어쓰기도 하고, 잠깐의 좌절이라는 형태를 띠기도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기회를 알아보지 못하곤 한다. 반스는 자신이 에디슨이라는 거물과 동업자가 될 수 있다고 진정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이 부를 일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소망을 알고, 또..

북리뷰/경제반 2022.03.02

[시] [내가 모르는 한 사람] 문성해 시집

문성해 2020 유랑: 일정한 거처가 없이 떠돌아다님 p. 17~18 나의 거룩 이 다섯 평의 방 안에서 콧바람을 일으키며 갈비뼈를 긁어 대며 자는 어린 것들을 보니 생활이 내게로 와서 벽을 이루고 지붕을 이루고 사는 것이 조금은 대견해 보인다 태풍 때면 유리창을 다 쏟아 낼 듯 흔들리는 어수룩한 허공에 창문을 내고 변기를 들이고 방속으로 쐐애 쐐애 흘려 넣을 형광등 빛이 있다는 것과 아침이면 학교로 도서관으로 사마귀 새끼들처럼 대가리를 쳐들며 흩어졌다가 저녁이면 시든 배추처럼 되돌아오는 식구들이 있다는 것도 거룩하다 내 몸이 자꾸만 왜소해지는 대신 어린 몸이 둥싯둥싯 부푸는 것과 바닥날 듯 바닥날 듯 되살아나는 통장잔고도 신기하다 몇 달씩이나 남의 책을 뻔뻔스레 빌릴 수 있는 시립도서관과 두 마리에 칠..

북리뷰/문학반 2022.03.01

[강력추천] [넷플릭스 10부작 드라마] [소년심판] 꼭 봐야 할 드라마!!!

넷플릭스 2022 ★★★★★ 등장인물 부장판사 강원중(이성민), 부장판사 나근희(이정은) 우배석 판사 심은석 (김혜수) 좌배석 판사 차태주 (김무열) 그 외 신인배우 30여명 넷플릭스 은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실화사건들(인천 동춘동 여아 살인사건, 숙명여고 시험지유출사건, 용인아파트 벽돌투척사망사건)과 청소년범죄로 일어나는 가상사건들이지만 실제일어나는 사건들(가정폭력, 소년보호센터사건, 미성년자 무면허 교통사고사건, 학교폭력, 여고생 집단 성폭행 사건)로 구성되어 있다. ▶ 드라마를 보다보면 소년범들에게 보호처분결정을 하면서 몇 호 처분을 내린다는 표현이 나온다. 소년법 제32조에서 규정하고 있으며, 1호~10호까지 있다. 숫자가 작을수록 경미한 처분이다. 소년법 제32조(보호처분의 결정) 1...

무비리뷰 2022.02.28

[시] [말끝에 매달린 심장] 이지호 시집

이지호 2017 시집에서 남기고 싶은 시 p. 13 신기루 어떤 풍경은 제 몸피를 기억하지 못한다 검은 눈동자만을 향해 조각조각 자르는 배경으로 만나는 옆과 옆 검은 곳에서 한 생명이 흘러내린다 염분으로 절여져 얌전한 숨결 뒤척이는 두 겹에 맺히는 함께하자는 말 눈은 불현듯 비어 가고 물음표를 던진다 p. 30~31 한계령풀 한해살이 여러해살이 풀을 가르는 말은 계절이 아닌데 간절함 속에서 풀이 흔들리며 피면 어느새 산에서는 한 계절이 조립된다 뒤울림에 따라 꽃이 되고 풀이 되는 이름 숲이 되지 못하는 기록되지 않은 물의 시간은 계약직이다 출근했던 공장의 소리가 들리는 산 푸른 교대를 마친 침엽수들이 깊숙한 곳으로 물러앉을 시간이다 흔들림으로 모든 꽃과 열매는 만근에 다다른다는데 근근이 버티고 있는 언니..

북리뷰/문학반 2022.02.26

[린치핀] 세스 고딘,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존재 Linchpin

세스 고딘 2019 평범한 톱니바퀴로 끝날 것인가 작지만 강한 린치핀으로 거듭날 것인가 세스 고딘의 은 21세기 북스에서 2010년에 출판되었다가, 지금은 라이스메이커에서 다시한국어판 저작권을 가지고 2019년 다시 출간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몇 가지 단어에 대한 개념을 정확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물론 중간중간 단어의 의미가 설명되어 있지만, 읽다가 보면 원래 인식하고 있던 뜻으로 돌아가서 읽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린치핀 Linchpin 린치핀의 언어적 정의는 조직내에서 핵심이 되는 인물을 의미한다. 이 책에서는 조직만을 위해 일하지 않는 사람, 노동과 임금을 맞바꾸는 데 머물지 않는 사람, 자신의 넘치는 예술적 재능을 세상에 기부하는 사람, 인공지능은 넘볼 수 없는, 세상 모든 ..

[시] [아슬하게 맹목적인 나날] 고은진주 시집

고은진주 2021 시집에서 남기고 싶은 시 p. 16~17 손목 손목은 어떤 상징인가 최후의 결심이 생채기 내는 곳이거나 톡톡 뛰는 압력을 움켜쥔 손으로 보내는 곳 안으로 접으면 드러나는 몇 줄 골 깊은 주름 숨기고 있는 곳 마음 없이 끌려갔던 손목 그 경험 뿌리쳤던 손목 개인용 시간을 불러내는 곳 또는 소매 덧대고 걷어 올리던 곳 한 십 년쯤 된 가출이 돌아와 서성거리던 골목 어귀 같기도 하고 헛기침 등에 업고 가는 아버지의 뒷짐 같은 것 생의 박동이 또박또박한 지점 이쪽과 저쪽의 날씨 짚어주기도 한다 부질없이 걷어붙이다가 오해사기도 하고 철들면 여지없이 공손해지는 곳 손목 비틀리기 전까지 실토하지 말아야 할 것들은 빠짐없이 손목으로 모이고 두 손목이 묶이면 발목까지 엉키는 자리 대체로 가늘어서 만만하..

북리뷰/문학반 2022.02.24

[시] [연애의 뒤편] 정찬일 시집

정찬일 2020 시집에서 남기고 싶은 시 p. 63~65 연애의 뒤편 뒷문을 연다. 뿌리 깊지 않은 하늘 끝이 붉게 물들어 있다. 비행운이 어지럽게 풀어지고 몸이 서쪽으로 기운다. 열하루 상현달이 떠 있다. 밟지 않고 오른 달의 아홉 계단을 내린다. 계단에 새겨진, 골목 안쪽에서 들려오던 낡은 오토바이 소리 천 개의 시린 손을 가진 아이들의 웃음소리 그 위로 가부좌를 튼 회색빛 구름 낮게 떠 흐른다. 등불이 먼저 켜지는 그림자 짙은 저층의 집들 표정 없던 서쪽 창문에 피가 돈다. 실어증 앓는 변압기가 침묵의 위쪽에 겨우 매달려 있다. 물 흐르는 소리 들리지 않아도 뒤란에 서 있는 나무는 침묵으로 제 키를 조금씩 키운다. 주름을 제 몸에 새김으로 나무들은 뿌리의 시간을 펼쳐 보인다. 주름보다 내 뒤편에 서..

북리뷰/문학반 2022.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