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자 1993 최승자 1993 p. 11 미망(未忘) 혹은 비망(備忘) 3 생명의 욕된 가지 끝에서 울고 있는 죽음의 새, 죽음의 헛된 가지 끝에서 울고 있는 삶의 새. 한 마리 새의 향방에 관하여 아무도 의심하지 않으리라. 하늘은 늘 푸르를 것이다. 보이지 않게 비약의 길들과 추락의 길들을 예비한 채. 마침내의 착륙이 아니라. 마침내의 추락을 예감하며 날아오르는 새의 비상ㅡ 파문과 ㅍ문 사이에서 춤추는 작은 새의 상한 깃털. 미망(未忘): 아닐 '미', 잊을 '망' - 잊을 수가 없음 비망(備忘): 갖출 '비', 잊을 '망' - 잊지 않게 하려는 준비 p. 16 未忘 혹은 備忘 8 내 무덤, 푸르고 푸르러져 푸르름 속에 함몰되어 아득히 그 흔적조차 없어졌을 때. 그때 비로소 개울들 늘 이쁜 물소리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