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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손을 잡으면 눈이 녹아] 장수양 시집

장수양 2021 장수양 시집에서 남기고 싶은 시 p. 20~21 연말상영 손을 잡으면 눈이 녹아. 극장에서는 그래. 스크린 향이 있다는 걸 아니. 기묘한 냄새야. 우린 쿠션달린 의자가 아니라 계단에 꿇어앉아 있는 것 같아. 한 칸씩 낮아지거나 높아지면서. 누군가는 나의 정수리를 내려다보고 아래 있는 머리들은 볼링공처럼 보이네. 밀어내면 멀리 굴러가버리는 것들. 엔딩크레디트가 끝없이 올라가는 티셔츠를 입고 싶어. 영사기의 불빛을 내 목젖과 눈꺼풀 위까지 쐬어도 좋다. 이상하지. 불 꺼진 거리에서 너의 이름을 읽는 일은 왜 언제나 어려울까. 너는 어두울수록 맑아지는 게 있다고 했지만 나는 컴컴한 공간에서 매번 어리숙했다. 숨쉬는 걸 잊어버려서. 나중에는 귓가에 다른 사람의 숨소리가 닿는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북리뷰/문학반 2022.03.08

[시] [우리가 동시에 여기 있다는 소문] 김미령 시집

김미령 2021 시집에서 남기고 싶은 시 P. 14~15 작용 거기 서! 하고 말했지만 계속 줄지어 가는 것들이 있다. 가고 있는 것을 멈출 수 없었던 것은 말하기 전에 이미 다 가 버렸기 때문이다. 이쪽 유리창에 김이 서린다. 굳이 세우려던 것이 아니라면 불러 볼 필요는 없지 않았냐고 누가 말하는 것 같다. 이리로 와! 하고 말했지만 역시 오지 않았고 대신 공이 이쪽으로 굴러왔다. 공에서 시선을 주는 동안 충분히 지나갔을까 생각했지만 아직 거기 있는 것은 미안해서라기보다 무엇을 할지 몰라서였고 언제든 생각나면 부르지 않아도 알아서 올 것이지만 오지 않더라도 후회는 누구의 것도 아니겠지. 오지 말고 그냥 가!라고 말했을 때는 이미 눈앞에서 사라진 뒤여서 그것이 방금 내가 한 말이 아니었나 생각해 보는 사..

북리뷰/문학반 2022.03.07

[추천도서] [자기계발/성공학]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데일 카네기, 인간경영/인간관계의 바이블

추천도서 데일 카네기 How to win friends and influence people 올해(2022년) 계획 중에 하나가 내 삶을 풍요롭게 할 책(동시에 아이가 스무 살이 되면 물려줄 책) 100권을 선정해서 반복해서 읽는 것이다. 사고와 행동을 바꿀 수 있는 책들로만 구성하고자 한다. 문학작품은 제외되어 있다. 이 그 세 번째 책이다. 에서 남기고 싶은 문장들 p. 34~35 비판이란 쓸데없는 짓이다. 왜냐하면 비판은 인간을 방어적 입장에 서게 하고 대개 그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을 정당화하도록 안간힘을 쓰게 만들기 때문이다. 비판이란 위험한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한 인간의 소중한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고, 그의 자중심에 손상을 주고 원한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심리학자인 B..

[시] [무구함과 소보로] 임지은 시집

임지은 2019 시집에서 남기고 싶은 시 p. 50 느낌의 문제 느낌은 내 앞에 남자처럼 앉아 있다 할 말이 있다는 듯 오른손 위에 왼손을 올리고 느낌이 말하고 움직이는 걸 본다 느낌에게 잘 보이고 싶어 목이 마르다 느낌은 컵에 담긴 물보다 차갑다 느리다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맛이다 느낌은 하얀 탁자 위에 물을 엎질렀다 물이 탁자를 적시는 동안 느낌은 더욱 진해졌다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감정이 거리를 까맣게 물들였다 우리는 손을 잡고 어둠이 전부인 거리를 걸어갔을 뿐인데 이 시간에 아직 문 연 가게가 있어요,라며 들어왔을 뿐인데 물 한 잔이 우리 앞에 놓였고 우리를 적셨고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봤을 뿐인데 아마 이 느낌은 마르지 않을 것이다 p. 62~63 궁금 나무 궁금함은 나뭇가..

북리뷰/문학반 2022.03.05

[시] [찬란] 이병률 시집

이병률 2010 시집에서 남기고 싶은 시 p. 9~11 기억의 집 기억을 끌어다 놓았으니 산이 되겠지 바위산이 되겠지 여름과 가을 사이 그 산을 파내어 동굴을 만들고 기둥을 받쳐 깊숙한 움을 만들어 기억에게 중얼중억 말을 걸다 보면 걸다 보면 시월과 십일월 사이 누구나 여기 들어와 살면 누구나 귀신인 것처럼 아늑하겠지 철새들은 동굴 입구를 지키고 집이 하나로는 영 좁고 모자란 나는 해가 밝으면 동굴을 파고 파고 그러면 기억은 자꾸자꾸 몰려와 따뜻해지겠지 그 집은 실뭉치 같기고 하고 모자 같기도 하며 어쩌면 심장 속 같기도 하여서 겁먹은 채고 손을 푹 하고 찔러 넣으면 보드랍고 따스한 온기가 잡혀와 아찔해진 마음은 곧 남이 되겠다고 남이 되겠다고 돌처럼 굳기도 하겠지 그 집은 오래된 약속 같아 들여다보고 ..

북리뷰/문학반 2022.03.03

[가창 맛집] [당구대통철판삼겹살] 맛은 기본, 불 쇼는 덤!

가창 맛집, 당구대통철판삼겹살 이곳은 일단 가게안이 넓기도 하지만, 테이블마다 간격이 워낙 넓고, 가게 앞뒤로 큰 창문들로 환기가 이뤄지고 있어서, 이 시기에도 안심하고 방문하는 곳이다. 가게 이름처럼, 테이블이 당구대 다이처럼 생겼고, 그 만큼 크다. 고기 자체도 워낙 맛이 좋지만, 직접 앞에서 구워서 불쇼를 보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처음 방문했을 때, 불쇼에 정신없이 빠져서 머리카락을 태울 뻔한 웃지 못할 기억도 있다. 불쇼 동영상에서 소리지르는 아이들은, 이제 막 도착한 건너편 옆테이블의 아이들이다. 우리 아이들은 이제 이것도 익숙해졌는지, 불을 피해 뒤쪽으로 물러나 있다. 나만 좋아할 뿐이다. ^^ 마무리는 역시나 철판볶음밥. 동영상을 너무 늦게 찍기 시작해서 뭔가 어설퍼 보이지만, 맛은 끝..

끄적끄적 2022.03.02

[추천도서] [생각하라 그리고 부자가 되어라 Think and grow Rich] 나폴레온 힐 , 부와 성공의 원칙

추천도서 나폴레온 힐 부와 성공의 원칙 ★★★★★ 올해(2022년) 계획 중에 하나가 내 삶을 풍요롭게 할 책(동시에 아이가 스무 살이 되면 물려줄 책) 100권을 선정해서 반복해서 읽는 것이다. 사고와 행동을 바꿀 수 있는 책들로만 구성하려고 한다. 문학작품은 제외되어 있다. 나폴레온 힐 가 그 두 번째 책이다. p. 31, 32 기회는 이렇듯 가면을 쓰고 나타난다. 기회는 뒷문으로 슬그머니 들어오는 교활한 면이 있다. 때로는 불운의 가면을 뒤집어쓰기도 하고, 잠깐의 좌절이라는 형태를 띠기도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기회를 알아보지 못하곤 한다. 반스는 자신이 에디슨이라는 거물과 동업자가 될 수 있다고 진정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이 부를 일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소망을 알고, 또..

북리뷰/경제반 2022.03.02

[시] [내가 모르는 한 사람] 문성해 시집

문성해 2020 유랑: 일정한 거처가 없이 떠돌아다님 p. 17~18 나의 거룩 이 다섯 평의 방 안에서 콧바람을 일으키며 갈비뼈를 긁어 대며 자는 어린 것들을 보니 생활이 내게로 와서 벽을 이루고 지붕을 이루고 사는 것이 조금은 대견해 보인다 태풍 때면 유리창을 다 쏟아 낼 듯 흔들리는 어수룩한 허공에 창문을 내고 변기를 들이고 방속으로 쐐애 쐐애 흘려 넣을 형광등 빛이 있다는 것과 아침이면 학교로 도서관으로 사마귀 새끼들처럼 대가리를 쳐들며 흩어졌다가 저녁이면 시든 배추처럼 되돌아오는 식구들이 있다는 것도 거룩하다 내 몸이 자꾸만 왜소해지는 대신 어린 몸이 둥싯둥싯 부푸는 것과 바닥날 듯 바닥날 듯 되살아나는 통장잔고도 신기하다 몇 달씩이나 남의 책을 뻔뻔스레 빌릴 수 있는 시립도서관과 두 마리에 칠..

북리뷰/문학반 2022.03.01

[강력추천] [넷플릭스 10부작 드라마] [소년심판] 꼭 봐야 할 드라마!!!

넷플릭스 2022 ★★★★★ 등장인물 부장판사 강원중(이성민), 부장판사 나근희(이정은) 우배석 판사 심은석 (김혜수) 좌배석 판사 차태주 (김무열) 그 외 신인배우 30여명 넷플릭스 은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실화사건들(인천 동춘동 여아 살인사건, 숙명여고 시험지유출사건, 용인아파트 벽돌투척사망사건)과 청소년범죄로 일어나는 가상사건들이지만 실제일어나는 사건들(가정폭력, 소년보호센터사건, 미성년자 무면허 교통사고사건, 학교폭력, 여고생 집단 성폭행 사건)로 구성되어 있다. ▶ 드라마를 보다보면 소년범들에게 보호처분결정을 하면서 몇 호 처분을 내린다는 표현이 나온다. 소년법 제32조에서 규정하고 있으며, 1호~10호까지 있다. 숫자가 작을수록 경미한 처분이다. 소년법 제32조(보호처분의 결정) 1...

무비리뷰 2022.02.28

[시] [말끝에 매달린 심장] 이지호 시집

이지호 2017 시집에서 남기고 싶은 시 p. 13 신기루 어떤 풍경은 제 몸피를 기억하지 못한다 검은 눈동자만을 향해 조각조각 자르는 배경으로 만나는 옆과 옆 검은 곳에서 한 생명이 흘러내린다 염분으로 절여져 얌전한 숨결 뒤척이는 두 겹에 맺히는 함께하자는 말 눈은 불현듯 비어 가고 물음표를 던진다 p. 30~31 한계령풀 한해살이 여러해살이 풀을 가르는 말은 계절이 아닌데 간절함 속에서 풀이 흔들리며 피면 어느새 산에서는 한 계절이 조립된다 뒤울림에 따라 꽃이 되고 풀이 되는 이름 숲이 되지 못하는 기록되지 않은 물의 시간은 계약직이다 출근했던 공장의 소리가 들리는 산 푸른 교대를 마친 침엽수들이 깊숙한 곳으로 물러앉을 시간이다 흔들림으로 모든 꽃과 열매는 만근에 다다른다는데 근근이 버티고 있는 언니..

북리뷰/문학반 2022.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