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101

오래된 단상 - 걸스카우트 1

오래된 단상 - 걸스카우트1 고등학교 때 꼭 하고 싶었던 동아리 활동이 있었다.바로 걸스카우트. 국민학교 때는 가위바위보에 져서 떨어지고, 중학교 때는 제비뽑기해서 떨어지고...마지막 기회.동아리회원을 모집한다면서 선배들이 돌아다녔고, 가입하고 싶으면 언제까지 면접을 보러 오라고. 꼭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첫날 시작하는 시간에 맞춰갔는데, 알고 보니 뭐 그냥 오는 사람 다 받아주는? 어쨌든 난 들어가면 되는 거고. 일단 소원성취! 선서식이 끝나고, 정말 열심히 활동을 했었다. 주요 활동은 한 달에 두 번 고아원을 가는 것과 교무실에 선생님들 쓰시는 수건에 G.S.라는 수를 놓아 매일 세탁해서 교체해 놓는 것, 그리고 가끔 학교횡단보도에서 교통안전지도, 그리고 운이 좋아(4년에 한번) 참가했던 국제잼버..

끄적끄적 2021.01.21

나에게 또는 너에게.

나에게 또는 너에게. 가끔은 묻고 싶어질 때가 있어. 인생의 어디쯤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잘 가고 있는 것인지, 이대로 계속 가면 되는 것인지, 나만 다른 길로 벗어난 것은 아닌지. 그렇게 주위를 에둘러 볼 때가 있지. 그런데 그거 알아? 모든 사람이 다 저 벤치에 앉았다 가는 건 아니라는 거. 앉아서 기대었다 가는 사람도 있을 거구, 누웠다 가는 사람도 있을 거구, 신발 끈만 고쳐 메고 일어서는 사람도 있을 거구, 그냥 손만 짚었다 가는 사람도 있을 거구, 바다만 보고 가는 사람도 있을 거구. 그래도 사람들은 그렇게 말할 걸? 여기에 왔었다고 말이야. 저 벤치를 안다고 말이야. 그냥 다들 그렇게 살아. 같은 곳에 와서 같은 것을 보고 있는 것 같지만, 다들 그들만의 방법으로 그들만의 세계를 갖는다는 것..

끄적끄적 2021.01.20

이런 능력이 있다면.

책은 쌓여가고 눈은 아프고 머리에는 지진나고...ㅎ가끔은 손만 올려놓으면 책 속의 모든 내용들이 내 피부를 거쳐 혈관을 지나 내게로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한다. 대신 머리도 그 만큼의 뒷받침을 해줘야 할텐데... 그럼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미드 의 마이크 정도라도...그럼 뭐 일단 읽기는 해야 되는거구나. 일단 한 곡 듣고 머리 좀 식힐까...섹시한 하우저의 연주로. 이 공연 때는 좀 느끼하지만...ㅎㅎ쇼스타코비치의 왈츠는 정말 춤추고 싶게 한다......

끄적끄적 2021.01.18

이만한 매혹이 있을까.

좋아하는 꽃 중에 하나. 라넌큘러스 하노이. 언뜻보기에는 장미같아 보이지만, 한송이에 꽃잎이 무려 300장정도나 된다. 하늘하늘한 꽃잎이 서로 포개져 오므리고 있다가 한송이가 마치 수국처럼 커다란 꽃송이가 된다. 그러다가 물을 갈아주려고 줄기를 드는 순간, 후두둑 떨어지는 꽃잎세례를 받기도 한다. 매력과 매혹의 꽃말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순간이기도 하다. 꽃송이에서 나는 향기보다 떨어지면서 뿜어내는 향이 더 그윽하다. 꽃이 시들기 전에, 하얀 꽃잎들을 떨궈내서 절대 시든 모습을 볼 수 없는 꽃. 미나리같이 생긴 줄기는 안이 비어있어서 쉽게 꺾어지기가 쉽고, 원래 태생이 연못과 습지여서 습기에 약한 편이라 까다로운 꽃이기는 하지만, 이만한 매혹을 느끼려면 그 정도는 맞춰줘야 하지 않을까. 이쁘다. 너. ..

끄적끄적 2021.01.15

비밀병기

학창 시절에 나에게는 시험을 잘 볼 수 있는 비밀 병기가 두 가지 있었다.하나는 루즈벨트의 글귀였고, 다른 하나는 장영주(사라 장)의 바이올린 연주곡이었다. 1. "당신이 동의하지 않으면 누구도 당신에게 열등감을 느끼게 할 수 없다." 엘리노어 루즈벨트가 한 이 말을 난 참 좋아한다. 아니, 좋아한다기보다 내인생 전반에 나를 지지하고 있었던 표현이다.특히, 시험 시간에 나에게 힘을 줬던 말이다. 모르는 문제가 나오거나 어려운 문제가 나오면, '내가 못 풀면 다른 애들도 다 못 풀어. 이 문제는 나만 모르는 것도, 나한테만 어려운 것도 아니야.'이렇게 생각하게 만들어줬고, 그 효과는 대단했다. 이상한 능력을 발휘했다. 2. 하루는 너무 행복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잠이 깼는데, 라디오에서 바이올린 협주곡이 나..

끄적끄적 2021.01.02

인간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다.

인간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다. 스쳐지나가든 머무르든, 수많은 사람들이 이미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웃긴 건, 그 수많은 사람 중에 나를 포함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 그렇게 나는 예외조항에 넣어버리는 걸까. 아닌 걸 뻔히 알면서. 얼마 전 책리뷰들을 구경하다가, '내 인생의 책'(뭐 이런 비슷한 문구였던 거 같다)이라는 글귀에 이끌려 어떤 책인지 궁금해서 들어가 봤다. 그런데, 그 책은 내가 몇 페이지도 채 읽지 않았을 때, 인쇄된 종이가 불쌍하다고 생각했던 책이었다. 나름 유명세를 타고 있던 거였는데, 그 이름값이 궁금해서 억지로 끝까지 읽었던. 알아야, 적어도 읽기는 읽어야 반박이라도 하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으로 인내가 필요했던 책이었다. 그런데, 그런 책이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책이었다...

끄적끄적 2021.01.01

우리 좀 더 쿨해지면 안되겠니

나는 나를 드러내는 걸 그닥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그런 성격탓인지, 내게 생긴 문제를 설명하는 것도, 이해시키는 것도, 스스로 내켜서 한 적은 별로 없는 거 같다. 어차피 내 편인 사람들은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해줄 것이고, 아닌 사람들은 설명을 들어도 이해하려하거나 납득하려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부딪히는 것들이 생겼다. 내가 생각했던 것들에 오류가 생기는 것이다. 내 편이라 여겼던 사람들조차 때로는 구구절절 설명이 필요하더라는 것. 각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게 달라지니, 그 시각으로 해석하고, 오해하고, 섭섭해하고... 그나마 이유라도 건네 들을 수 있는 상황이면 해결이 될텐데, 무언가 시도라도 해볼텐데. 그것조차 하지 않더라는. 우리 좀 더 쿨해지면 안되겠니? 사는 게 점점..

끄적끄적 2020.12.03

내가 원하는, 나에게 필요한 것은.

내가 원하는, 나에게 필요한 것은. 몸이 달아올라 어쩔 줄 모르겠는 격정적인 섹스도 아니고,내가 좋다고 속삭여주는 달콤함도 아니고,보는것만으로 심장이 쿵쿵대는 설레임도 아니고,아무 의미 없이 툭닥대고 주고받는 말상대도 아니고, 무언가를 문득 같이 하고 싶은 사람도 아니고,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마주보는 것만으로 편한 사람도 아니고,무작정 함께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사람도 아니고,시도 때도 없이 기다려지는 사람도 아니고,신난다고 짱구춤을 추는 나를 보고 웃어주는 사람도 아니고. ......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라면아니라고 나열한 것들조차 함께 하고 싶을 듯.

끄적끄적 2020.12.02

한계? 한계!

"내 언어의 한계가 내 세계의 한계"라는 비트겐슈타인의 말이, 요즘처럼 제대로 느껴진 적도 없는 듯하다. 분명 꽂히는 느낌들이 있는데, 뭐라고 표현해야 될 지를 모르겠다. 분명 이 말을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닌데, 어느 순간 내 말은 내가 의도하지 않은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 말을 하면서도 '이런 의도의 말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면, 그 말조차도 길을 잃는다. 무안해진다. 그리고 한심해진다. 글도 그렇다. 무언가를 정리하기 위해서 노트에 휘갈겨 놓은 메모들을 보면서, 이걸 왜 이렇게 써놨지? 분명 그것을 써 놓을 당시만 해도, 나름의 그럴듯한 이유가 있는 끄적임이었는데. 그것을 다시 보는 순간에는 이미 빛을 잃었다. 갈 길도 잃었다. 매순간 리셋되는 듯한 기분. 잘 가고는 있는 것인가. 가을이 물..

끄적끄적 2020.10.28

제라늄, 너 뿐이었을까.

이 식물의 이름은 벤쿠버 제라늄이다. 제라늄 종류를 키우고 싶어서, 인터넷에서 모종 주문을 해서 직접 화분에 옮겨 심었다. 햇빛을 많이 받으면 받을수록 가운데 부분이 진한 적갈색으로 물이 들어 캐나다의 단풍잎을 떠올리게 해서 이름이 그렇다는데...우리나라 단풍잎을 닮았으면 색이 더 고왔을 것을...부질없는 생각을 해본다. 처음 집에 왔을 때는 제대로 색도 예쁘고, 꽃대도 올라와 있었는데...시간이 지나면서 적갈색이 모두 없어지고, 연두빛만 남은 적이 있었다. 꽃은 꽃대에서 피지도 못하고 시들어 버리고. 뭐가 문제지? 그래서 열심히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제라늄은 햇빛을 좋아하고 물은 어쩌다 한번 가득...그러나 습기가 중요하다고. 햇빛은 충분한거 같은데...스프레이로 잎에 물을 뿌려주니 어느새 적갈색으로 ..

끄적끄적 2020.10.18